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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and ramblings on the technosphere

Archive for the ‘Recaps’ Category

‘당나귀(eDonkey)’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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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문을 닫은 eDonkey 공식 웹사이트에 뜬 공지

2005년 문을 닫은 eDonkey 공식 웹사이트에 뜬 공지

냅스터(Napster) 이후의 최대 P2P 네트워크라 할 수 있는 ‘당나귀(eDonkey)’가 공식적으로 폐쇄되었다. 당나귀는 태동기부터 그 프로토콜을 제작한 MetaMachine의 광고 수익 확보에 상업적으로 이용되었다는 혐의를 받아왔는데, 최근 미국음반산업협회(RIAA)의 소송 위협에 결국 백기를 든 것이다. 이로써 eDonkey는 RIAA의 위협에 문을 닫아야 했던 냅스터, 베어셰어(BearShare), 그록스터(Grokster)의 전철을 고스란히 따르게 되었다. 확실히 RIAA가 무섭긴 무서웠나 보다. 마지막에 공익광고 같은 구호를 남기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MetaMachine의 사업 철수가 당나귀 네트워크의 완전한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은 분명하다. 당나귀를 대신할 ‘노새(eMule)’가 엄연히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으로서 살아남아 있고, 냅스터처럼 중앙 서버 방식이 아니라 전세계 곳곳에 자생적인 서버들이 산재해 있는 당나귀 네트워크의 특성상 이 모두를 뿌리뽑는다는 것은 RIAA의 법적 위협으로도 역부족이리라. 무슨 수로 미국에 있는 산업단체가 브라질이나 독일,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 있는 사설 서버들을 일일이 다 폐쇄할 수 있다는 말인가? (참고로 한때 국내에서도 여러 개 존재했던 당나귀 서버들은 모두 철퇴를 맞은 바 있고, 스웨덴을 비롯한 북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클라이언트인 각 PC들이 서버에 접속해야만 파일을 공유할 수 있는 방식은 PC 자체가 서버·클라이언트 역할을 동시에 역동적으로 담당하는 방식에 비해 뒤떨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미디어 기업들이 법적으로 겨냥하기 어려운 게릴라적 방식임에는 틀림없다. 하물며 각각의 PC가 P2P 서버가 되는 현재의 P2P를 무슨 수로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인가? (참고로 eMule을 제작하는 그룹은 자체적인 프로토콜인 Kademlia를 만들어서, PC들이 서버에 접속하지 않고도 자동적으로 서로 연결하여 파일을 교환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현하고 있다.)

P2P를 격퇴 목표로 삼아 폐쇄하는 전략은 일시적으로 효과적일 수 있지만, 사용자들은 결국 대체 수단을 찾아서 옮겨 가고 만다. 냅스터 이후에 당나귀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나, 소리바다의 서비스가 중단된 후 한국의 사용자들이 WinMX로 몰려갔던 일들은 단적인 사례일 뿐이다. 오히려 사용자들을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합법적인 지불 시스템으로 유도할 수 있는 전략이 산업적 측면에서는 효과적이다. 몇 번의 클릭만 더 하면 공짜 콘텐츠가 손에 잡히는데 굳이 지갑을 털어가며 ‘모범 소비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당연히 손에 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06/9/20)

날짜에서도 보듯이 내가 아직 BitTorrent를 모르던 시절에, 당시 가장 유명했던 P2P 프로그램이었던 eDonkey가 음반 및 영화산업계의 압력으로 개발 중단되던 때의 기록이다(여전히 eDonkey 공식 웹사이트에는 같은 공지가 떠 있다). 과거 냅스터에 대한 대대적 소송이나 현재 The Pirate Bay에 대한 소송처럼 P2P 기술을 배포하는 단체나 업체에 대한 저작권 업계의 법적 제재는 끊이지 않겠지만 한 프로그램이 사라지면 곧바로 다른 프로그램이 등장하는 것에서 보듯이 P2P나 파일 교환 자체가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듯 하다. 현실적으로, 음반점에 걸어가 CD를 구입하거나 온라인으로 CD를 주문하여 며칠 기다리거나 이용상의 각종 제약을 가하는 DRM이 걸린 합법적인 음악 파일을 구입하느니, 개인으로서는 약간의 법적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그냥 몇 번 클릭만 거치면 접할 수 있는 ‘무료’ 음악 파일을 다운로드받아 즐기는 것이 저렴하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1999년 냅스터의 탄생부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파일 교환을 근절하려는 온갖 노력들이 있었지만 그것을 근본적으로 차단하지는 못했다.

Written by languorin

2009/04/18 at 5:13 AM

광학매체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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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서 내놓은 PC용 블루레이 레코더

LG에서 내놓은 PC용 블루레이 레코더

대학 입학하자마자 PC를 구입했을 적에,
플렉스터에서 나온 12/10/32배속 CD-RW 드라이브(당시에는 최초로 12배속 기록을 지원했던)를 과감히 달았는데,
그 때 가격으로 20만원에 육박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시장에 나온 최초 제품이라는 점과 플렉스터라는 브랜드 값이었겠지만,
광학드라이브치고 꽤나 비싼 편이었다. 제법 값나가는 그래픽카드가 20만원대 하던 시절이니까.
심심해서 가격비교사이트를 좀 뒤져봤는데, 세상에,
연초까지만 해도 10만원대 후반이었던 DVD±RW 드라이브가 드디어 10만원 아래까지 내려왔다.
DVD±R 8배속 기록을 지원하는 라이트온 DVD±RW 드라이브가 9만9천원이라니!
이제 미디어 값만 공시디의 두 배 수준으로 내려오면 될 것 같은데?

CD-ROM 드라이브라는 게 국내에 등장하기 시작한 게
대략 문민정부 출범 시점과 일치하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니면 말고)
펜티엄과 윈도95가 나오기도 전에, 486DX PC에 시디롬 드라이브와 사운드카드만 달면
이른바 ‘멀티미디어 PC’라는 이름을 달았던 그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약 10년 동안이나 CD-ROM 이후의 미디어가
주류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것은 상당히 의문스러운 일이다.
플로피디스켓에 담기던 데이터가 당시로서는 ‘방대한’ 용량의 시디롬에
옮겨지기 시작한 90년대 초중반의 상황이야 그렇다쳐도,
게임은 물론 사무프로그램도 시디 한 장에 넣기 힘든 요즈음조차
심하면 시디 여섯 장을 넣은 큼지막한 제품 박스가 여전히 존재하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일.
그만큼, DVD±RW는 고사하고 DVD-ROM조차 많이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이긴 하다.
가전 분야의 DVD 홈씨어터야 많이 보급되었지만,
PC 분야에서 데이터 저장용도의 DVD 기술 보급은 아직 지지부진한 듯.
DVD 기록에 관한 단일한 표준이 제정되지 않은 것도 한 요인이고,
아직 높은 가격이 또다른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CD-RW 드라이브 가격은 3만원대 중반이지만, 아직 대부분의 DVD±RW 드라이브 가격은 10만원이 넘는다.
CD-R 미디어는 10장 단위로 사면 한 장당 200원대에도 구입할 수 있지만
DVD-R 미디어는 벌크로 구입해도 아직 장당 1000원을 넘어가는 게 예사.
가격대 용량이야 슬슬 DVD±RW 쪽에 유리하게 넘어가고 있지만,
아직 CD-ROM 만큼의 보편적인 호환성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DVD±RW가 대다수 PC 사용자들에게 친숙한 기술이 되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일부 DVD 드라이브에서는 DVD-R(W)나 DVD+R(W)를 읽는 데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도 있고. (2004/08/13)

이 때로부터 거의 5년이 지난 지금, DVD레코더는 2만원대까지 내려왔고 해외에는 블루레이 레코더가 $200달러 선까지 내려왔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렇지만 오늘날 DVD나 블루레이 같은 광학 저장장치는 더 이상 PC에서 각광받는 기술이 아니다. 한국이야 영화이든 게임이든 음악이든 웹하드나 P2P를 통해 급속도로 다운로드하는 행태 때문에 DVD, 블루레이 콘텐츠를 판매하는 부가판권 시장이 몰락했다는 지적이 가능한데, 그렇지 않은 서구 시장에서도 다른 이유 때문에 블루레이의 전망을 어둡게 보는 견해가 있다. 영화 콘텐츠를 열성적으로 구입하는 소비자라도 업스케일링(upscaling)된 DVD의 화질 자체가 워낙 좋아 굳이 블루레이로 업그레이드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무엇보다 그 동안 아이튠즈(iTunes), 넷플릭스(Netflix) 같은 온라인 다운로드 서비스가 생기면서 HD 영상조차 굳이 디스크를 사다 비싼 플레이어에 넣고 볼 필요 없이 바로 컴퓨터를 통해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굳이 DVD, 블루레이 같은 광학 디스크에 의존하지 않아도 각 가정에 보급된 초고속 인터넷 회선을 통해 영상이나 다른 고용량 콘텐츠를 즐기는 것이 가능해졌다.

컴퓨터 사용자에게 CD, DVD 같은 매체는 단지 정보, 소프트웨어를 담기 위한 그릇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음악, 영화 등의 문화 콘텐츠를 즐기는 소비자에게 그 매체는 무엇인가를 ‘소장’한다는 의식 때문에 한층 복잡한 대상이 된다. 상당히 많은 수의 사람들이 비닐조차 벗기지 않은 흠결 없는 상태의 음반이나 한정판 영화 DVD를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든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을 손에 쥘 수 있는 플라스틱 디스크로 가지고 있는 감각이, 인터넷에 있는 내 계정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는 파일에의 접근권으로 온전히 대체되고 보상받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누군가는 그저 무난한 수준의 음질만 보장받을 수 있으면 충분하겠지만(보통 MP3를 듣는 사람들이 여기에 속할게다) 다른 누군가는 압축으로 음질이 손실되지 않은, 최대한 원래 그대로 보존된 음향을 들으며 해당 노래에 대한 정보가 빽빽하게 적혀 있는 부클릿을 손에 쥐는 경험을 선호할 수 있다. 그저 두 시간 동안 DVD 화질의 영상을 즐기면 그만인 평범한 영화 소비자와, 각종 부가 영상과 인터뷰를 보는 것은 물론이요 한정판 영화 패키지에 동반되는 각종 사은품까지 모아야 직성이 풀리는 영화 수집광 사이에 뛰어넘기 어려운 차이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위에 인용한 메모를 남겼을 무렵만 해도 광학 디스크에 저장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증가하는 정도가 인터넷 회선의 속도가 증가하는 정도와 최소한 동등할 것이기 때문에(즉, 인터넷 회선이 빨라진다고 해도 그만큼 커진 양의 정보를 다운로드받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광학매체 자체가 퇴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막연히 짐작했다. 하지만 오늘날에 들어서서 CD나 DVD, 블루레이 등이 계속 살아남는다면 아마 전혀 다른 근거를 들어야 할 듯 하다. 현재에도 LP가 여전히 유통되고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CD, DVD도 어딘가에 자기만의 틈새를 확보하겠지만 물리적인 매체를 소유하기를 선호하는 취향의 소유자들 외에 많은 사람들은 차츰 빠른 속도로 다운로드받아 향유할 수 있는 콘텐츠로 옮겨갈 것이다. 이는 단순히 특정한 기술의 편리함이나 우월성으로 환원되기는 어렵고 더 많은 관찰과 고민을 필요로 하는 문제이다.

Written by languorin

2009/04/12 at 5:56 AM

현대적 생활 방식의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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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3P 배터리가 떨어졌다. 갑자기 “Low Battery”가 뜨면서 전원이 꺼지는 플레이어.
하드디스크 같은 물리적 미디어가 장착되어 있으니 배터리 소모는 어쩔 수 없지-_-; (먼산)
‘모바일 라이프’를 만끽하는 현대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배터리와의 전쟁을 해야 하는 건가.
지금 보유하고 있는 전지만 해도,
디지털카메라 전용 리튬이온 전지,
하드디스크형 MP3P에 내장된 또다른 리튬이온 전지,
휴대폰에 달려있는 리튬이온 전지와 가방에 넣고 다니는 보조 전지……
(그러고 보니 몽땅 리튬이온 타입이다!) (2004/04/14)

오 년이 지난 지금도 배터리를 가지고 다니는 생활은 여전하다. 심지어 전자기기 같은 것에 일체 관심이 없는 사람조차 최소한 한 가지 배터리(휴대전화에 붙어 있는!)는 들고 다닌다. 내 경우는 최근 몇 년 사이 노트북까지 생겼으니 지금 당장 몸과 가방에 지닌 배터리만 해도 휴대전화, 노트북, 디지털카메라, 아이팟까지 총 네 가지이다. 여기에 닌텐도DS까지 가져왔다면 한 술 더 떴으리라. 이렇게 많은 수의 배터리를 늘 소지하는 ‘위험’을 감수하는데도 휴대전화가 폭발하거나 노트북이 터지는 류의 희박한 확률을 받지는 않았으니 아직은 복 받은 삶이 아닐 수 없다.

Written by languorin

2009/04/10 at 4:03 PM